지난 주 목요일(2000년 10월 5일)이었습니다.
중고 성구를 구입하기 위하여 인터넷 장터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마침 호산나 넷의 벼룩시장에
음향기기가 올라왔습니다.
품목은 앰프와 스피커였습니다.
앰프 DART PA4000D 700W CH8 200W+200W 1Khz 0.6%
스피커 Jarguar 6개 내장 큰 것 2개 29만원
교회 이전 때문에 판매합니다.
라고 광고를 하였습니다.
적당하면 사려고 저녁 늦게
사모와 함께 안산시 선부동에 있는
그 교회를 찾아 갔습니다.
약속한 7시에 도착해 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전화를 해 보았더니 시화에서 새로운 교회를 준비중이었습니다.
40분 후에 도착한다는 말에
우리 둘은 옆의 식당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다 먹기도 전에 그 교회 목사님이 오셨더군요.
그분과 함께 지하 교회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퀘퀘한 냄새, 이사짐 싸다 남은 모습 등
지저분한 상태였습니다.
목사님께서 직접 이사짐을 챙기고, 공사하고 하시느라
어지러운 형국이었습니다.
안산에서 실패하여
규모를 줄여 시화로 옮긴다고 하시더군요.
그 때 마침 옆의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인사를 나누어 보니 같은 교단 소속이었습니다.
같은 목사의 입장으로 바라볼 때
너무나 안스럽고 슬픈 모습이었습니다.
고생하고 찌든 모습
거의 낙심하고 자포자기 한 듯한 모습
아무도 돕는 손길도 없는 곳에서
안산과 시화를 왕복하며
이사짐을 챙기고 공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왔습니다.
목회자의 이런 고생과 수고 후에 성도들의 기쁨이 오겠지만
목회자의 고통과 아픔은 하나님 외에는 모르겠지요?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목사님께서 설치해 놓은 음향기기의 마이크를 잡아서 시험해 보았습니다.
음질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좋다고 하고
가져갈 것들을 챙겨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 챙긴 후 보니
강단 위에 있던 깨끗한 앰프가 아니라
1980년대에 제작된 믹싱콘솔(믹서)였습니다.
스피커도 무식하게 거대한 것 두 개였습니다.
나의 키만한 재규어 스피커입니다.
요즘 제품으로 구성한다면
한 아름 밖에 나가지 않을 제품들이
80년대에는 이렇게 컸었나 봅니다.
낡은 모습을 볼 때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5만원 정도면 족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차마 구매를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값을 깍을 수도 없었습니다.
실의와 좌절 속에서 규모를 줄여 시화로 옮겨가는
목사님의 모습, 머리가 벗겨지고 한없이 수척해진 모습을 볼 때
편안한 목회의 길을 걸어 온 나의 마음에
No!! 라는 표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29만원을 모두 드리고 구입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서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업었습니다
그분은 아마 너무 비싸게 팔아서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값이 억을하다고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개척교회 목사들의 모습을 서로 알기에
그냥 그렇게 거래는 끝났습니다.
스피커나 믹서나 모두 무거워서 도무지 혼자서는 어느 것도
들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옆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물건들을 지하실 밖으로 빼 내어
차에 실었습니다.
스피커는 차에 실릴 리가 없는 크기였습니다.
그래서 앞 좌석을 젓히고, 유리창을 조정하고 하는 등 해서
차 안에 스피커 한 개를 실고, 믹서를 그 위에 올렸습니다.
또 남은 한 대는 뒤 트렁크에 반 쯤만 걸치고
철물점에서 줄을 사서 단단히 묶었습니다.
우리 둘은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며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그 목사님의 일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처량하고 불쌍한 개척교회 목사님의 모습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개척 후원금 조로 드린
음향기기 값이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우리는 저러한 모습이 되지 말아야 할텐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하나님은 나의 구원자, 피난처, 돕는자 이시기에
우리 부부는 평안한 마음으로
현실 속으로 돌아 왔습니다.
늘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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